벨기에 일상

하고 싶은 것을 한다는 것은

shong_e 2019. 10. 5. 19:35
반응형

안녕하세요, 숑이입니다. 벨기에에서 처음으로 일주일을 가득 수업과 실습, 그리고 실험으로 채운 한 주를 보냈습니다. 한국에서 대학생활을 해본 적이 없어서 한국과 비교할 수는 없겠지만 벨기에의 대학생들은 정말 24시간이 부족합니다. 하루 최소 4-5시간 이상의 강의나 실습 그리고 실험, 그리고 그것들을 하기 위해 저희는 최소 2배, 3배에 해당하는 시간을 자료를 검토하고 학교 포털에 올라온 것들을 확인하고 개인적인 공부를 해야합니다. 이건 하기 전과 하고 난 후 모두에 해당이 되는 일입니다. 그리고 그 뒤에 이어지는 신입생들과 재학생들을 위한 수많은 종류의 활동들과 파티들까지... 정말 미친듯이 바쁜 하루하루를 보냈습니다.

 

사실 저는 한국에서는 성적이 좋은 학생이기는 했지만 그렇게 성실한 학생은 아니었습니다. 정말 재수없는 소리 일 수도 있겠지만 항상 제가 노력하는 것보다 좋은 결과를 얻었고 딱히 큰 노력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은 아니었죠. 그리고 수업들이 지루했고 공부를 하기 싫어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시험 2-3일 전 빼고는 딱히 공부를 해 본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그것도 제가 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제가 하고 싶은 것, 가고 싶은 학교에 가기 위해 억지로 하는 것에 불과했습니다.

 

그건 한국에서 학교를 다니던 때와 작년 A-level을 할 때도 마찬가지였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여기에 오고 나서 정말 놀라운 변화를 겪고 있답니다. 저는 사실 중학교를 입학할 무렵부터 공학자가 되고 싶어하던 공학을 전공하고 싶어하는 학생이었습니다. 공학분야 외에는 딱히 다른 곳에 관심이 없었죠ㅎㅎ 그래서 결국에는 이 학교에 오게 되었고 지금은 하고 싶었던 공학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물론 저희 학교는 차세대 엔지니어를 만들기 위해 학생들이 필수적으로 공학적 철학과 엔지니어로서 비엔지니어들과 대화를 하는 방법 같이 어떻게 보면 부가적이고 많은 학생들의 관심에서 약간 떨어져 있는 것들도 공부를 해야 합니다. 아직은 1학년이고 학부생이기 때문에 자기가 하고 싶은 공학 분야가 아니라 전체적인 공학 분야를 아울러 공부를 하고 있기도 하고 말입니다.

 

하루하루 정말 듣지도 보지도 못했던 신박한 과제들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완벽하게 이해도 되지 않는 과제들이 쏟아집니다. 그리고 수업을 따라가기 위해, 그리고 학점을 깎이지 않기 위해 개인공부를 합니다. 당연히 힘들기는 하지만 어느순간 보니 즐겁게 학교를 가고 있는 제가 보이고, 친구들과 함께 즐겁게 학교 생활을 하기도 하고 함께 공부하고 있는 제가 보이더라고요. 솔직히 조금 신기하기는 했습니다. 제가 이렇게 공부를 열심히 그리고 즐겁게 할 수 있다는 것도 몰랐죠! 주말에 도서관에 가서 공부를 한다거나 친구들과 공부를 하기 위해 만난다거나 이런 저에게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일들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아직 학기초라 이게 오래 지속되지 않을수도 있지만 살면서 처음하는 경험이라 너무 신기해 하고 있답니다. 이렇게 공부가 재미있다니... 이건 아마도 제가 지금 현재 제가 하고 싶었던 것을 하고 있어서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솔직히 말하면 저는 이과 과목의 성적보다는 문과 과목의 성적이 더 좋은 학생이었습니다. 선생님들이 문과로 가면 더 잘하겠는데 하실 정도였죠. 그런데 저는 잘 하는 것보다는 제가 좋아하는 것을 선택했고 현재는 매우 만족하고 있습니다. 

 

저는 그동안 살아오면서 정말 수도없이 저 자신에게 질문했습니다. 좋아하는 것을 하는 것이 좋을까 아니면 잘 하는 것을 하는 것이 좋을까 말이죠. 이건 사실 정말 어려운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많은 어른들이 저에게 잘 하는 것을 하고 좋아하는 것을 취미로 하면 되지 않을까 하는 조언도 해주셨었죠. 그런데 저는 고집이 쎈 편인지라 그런 소리가 잘 들리지는 않았습니다. 그래서 결국에 지금 제가 공학분야에 있는 것이겠죠. 

 

솔직하게 말한다면 저는 대학을 지원할 무렵에 저 스스로 답을 내렸습니다. 바로 '내 인생은 내 꺼다'였죠. 사람의 삶이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만 흘러가지는 않으니 언젠가는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는 순간이 올 수도 있습니다. 그때 만약 남의 말을 듣고 내 의견을 꺾은 선택을 한다면 나의 후회와 비판의 화살은 나 자신이 아닌 타인을 향할 것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그 사람이 내 인생을 책임져 주지는 않죠. 그래서 저는 후회를 하더라도 나 자신을 향한 후회를 하는 편이 남에게 화살을 돌리는 것보다 낫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 지금 잠을 잘 시간도 부족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고 신체적으로는 너무 힘들지만 정신적으로는 그 어느 때보다 행복하고 풍부한 감정들을 느끼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혹시나 저와 같이 잘 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 중에서 고민을 하고 계실 많은 분들께 제 이야기를 들려드리며 스스로의 선택을 하실 때 조금 더 다양한 사례들을 보시고 스스로의 답을 내리셨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제가 내린 답이 완벽한 정답도 아니도 저는 아직 많이 어리고 대학생활도 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새내기입니다. 그래서 제가 지금 내린 결론이 제가 더 많은 날들을 살아가면서 바뀔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지금 이 행복한 제 순간을 어딘가에 남기고 싶었고 이게 다른 사람들에게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정말 제가 느낀 감정들을 생생하게 느끼실 수 있는 글을 쓰고 싶은데 제 생각과 감정들을 전하기에는 제 글이 많이 부족하네요... )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