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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험생 여러분 수고하셨습니다

shong_e 2019. 11. 14.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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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이 글을 남기고 있는 지금 벨기에는 아직 13일 저녁이지만 한국은 수능이 몇 시간 남지 않았네요... 사실 수능을 치른 지 2년이 되었고 한국에 살고 있지 않아 수능을 실감하지 못했는데 이제야 저도 실감이 나네요. 그래서 2년 전 저는 어땠을까 문득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수능이 끝난 여러분들께 해주고 싶은 말이 생겨서 이렇게 글을 남기게 되었어요.

제가 수능을 치룬 2년 전 겨울은 지진으로 수능이 연기되었던 바로 그 수능이었어요. 저는 그동안 봤던 그 어떤 모의고사에서도 받지 못했던 성적을 받았고 수능이 끝난 그 날 저는 사실 알고 있었어요. 제가 수능을 망쳤다는 것을요. 그때는 솔직히 말하면 정말 앞이 안 보였어요. 다른 친구들은 다 대학에 갈 텐데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하향 지원을 해서라도 대학에 가야 할까 아니면 재수를 해야 할까, 이게 정말 내가 쓴 답안이 맞을까, 혹시 답지가 잘못된 건 아닐 거 등등 정말 수백수천 가지 생각이 들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끝나고 부모님을 보는데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너무 죄송하기도 했고요.

그 당시를 생각해보면 저는 제가 인생의 낙오자가 된 것 같았고 자존감도 많이 떨어졌던 것 같아요. 그런데 지금 생각해 보면 저는 그때의 제가 세상에서 가장 자랑스러운 것 같아요. 왜냐하면 저는 정말 최선을 다했고 그게 제가 그때 할 수 있는 최선이었기 때문이에요. 사람들은 종종 저한테 말해요. 왜 재수를 하지 않았냐고 분명 너는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거라고요. 하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제가 그때 받은 점수가 제가 쳤던 그 어떤 모의고사의 점수보다도 낮았지만 제가 최선을 다한 결과임에는 틀림이 없으니까요.

저는 오늘 여러분이 어떤 결과를 얻으셨든 스스로를 많이 자랑스러워하고 사랑해주셨으면 좋겠어요. 해외에서 유학을 하면서 뭘 안다고 이런 말을 할까 하실 수도 있지만 저도 불과 몇 달 전까지는 한국에서 살았고 한국에서 12년동안 치열하게 공부해 온 사람으로서 꼭 이런 말을 해주고 싶었어요. 수험생 여러분 오늘 정말 수고 많으셨고 오늘을 위해 열심히 몇 년간 묵묵히 공부해 온 여러분을 정말 존경합니다. 

여러분 결과를 떠나서 여러분이 최선을 다했다면 여러분은 여러분을 충분히 자랑스러워 하셔도 됩니다. 그동안 공부하느라 하지 못한 것들 마음껏 하시고 행복한 시간 보내셨으면 좋겠습니다. 

다들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으셨기를 바라지만 혹시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지 못하셨더라도 스스로를 자책하거나 미워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혹시 주변 사람들이 여러분을 몰아세워서 자존감이 많이 낮아졌거나 누군가에게 고민을 말하거나 누군가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었으면 좋겠는데 주변에 아무도 없다면 저를 찾아오셔도 됩니다. 댓글을 남기셔도 되고 개인적으로 연락하고 싶다면 연락처를 남기시거나 해도 됩니다. 저라도 괜찮으시다면 저는 언제든 여러분들의 언니, 누나, 친구 또는 그냥 동생이 되어 여러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드리겠습니다.

다시 한번 정말 수고 많으셨고 수고한 당신이 자랑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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